기록
두 번의 경력단절 (2)
모카MOKA
2022. 5. 13. 21:00

아기가 생후 3개월쯤 되었을 때
대학원 입학원서를 써냈다.
미술치료 전공이었다.
난 사람, 심리, 철학, 영성에 관심이 많았고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이번 일은 진짜 내가 찾고 있는 ‘그것’일 것 같았다.
아기가 7개월이 되었을 때,
겁도 없이 대학원에 입학했다.
수업이 야간에 있었기 때문에
낮에는 아기를 돌보다가
친정엄마와 남편에게 맡겨놓고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기대했던 것처럼 미술치료 공부와
미술치료사라는 직업은 나에게 딱 알맞았다.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느라 하루하루 허덕이긴 했지만
집에서 육아,살림만 하는 것보단 훨씬 보람찼다.
논문을 쓸 때쯤 아기는 어느덧 4살이 되어서
어린이집에 갈 수 있게 되었고, 무사히 논문을 내고
졸업을 할 수 있었다.
졸업을 하고 미술치료사로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커리어가 시작되는 듯했다.
박사진학은 언제쯤 하면 좋을지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한 복병이 찾아왔다. 2020년,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
미술치료 현장에서 일하는 치료사들도 타격을 입었다.
나도 집에서 쉬면서 아이를 돌봤다.
조금만 지나면 코로나도 잠잠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대면으로 미술치료를 할 수 있는 방법도 있으니
희망을 가지기로 했다.
그러던 차에 덜컥, 둘째를 임신했다.
그랬다.
또 경력이 단절된 것이다.
가방끈만 길면 뭐한담.
임신하면 모든 것이 다 소용없어지는 빌어먹을 현실.
그 모든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었다.
난 또 집에서 노는 사람이 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