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내 제품을 실물로 만나고 싶다.

모카MOKA 2022. 8. 29. 22:00


제품을 실물로 만나기가 이렇게 어렵단 말인가.
이번달에 제품을 생산해서 테스트 판매를 시작하고 싶었는데 또다시 계획이 어그러졌다. 계획은 정말 계획일 뿐인 것 같다. 일정들은 자꾸만 뒤로 또 뒤로 미뤄졌다. 일정이 자꾸 이렇게 미뤄지니까 너무나 답답했다.

제조업체에 샘플의 보완점을 말해주고 다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2차 샘플을 받아보긴 했지만 콩단백 덩어리 크기가 처음보다 약간 줄어들었을 뿐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파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다른 대안들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공유주방 같은 곳에서 내가 직접 만들어서 생산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sns에서 팔로워들에게 소량으로 테스트 판매를 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크라우드 펀딩에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제품을 주문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량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였다.

공유주방은 즉석판매제조가공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조가공업인 제조공장과는 다르게 B2C(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만 가능하다. sns 판매와 크라우드 펀딩은 B2C에 해당하기 때문에 떠올린 대안이었다. 집근처에 있는 공유주방에 방문해서 상담도 받아보았다.

그런데 내 생각과는 다르게 공유주방과 내 사업과는 맞지 않았다. 공유주방을 사용하는 업체들 대부분 일반 외식업체였다. 공유주방을 통해 임대료를 절감하고 배달을 통해 판매한다.

또한 보증금과 임대료가 내 예상보다 높았다. 한꺼번에 주문을 받아서 주문 받은 수량만큼만 제조해서 소량판매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괜한 자금 낭비인 셈이었다. 제조업체를 통해 일반적인 방법으로 제조해서 판매할 수 밖에 없었다.

정말 답답했다. 자체 제조공장의 필요성을 간절하게 느꼈다. 제조공간이 동네 조그만 반찬가게 정도의 넓이라도 가능하다고 했다. 나중에 여건이 된다면 꼭 제조시설도 갖추리라 다짐했다.

소규모 제조업체라도 컨택해보자고 생각했다. 식품제조 카페에서 발견한 한 업체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있길래 연락을 했다. 약속을 잡고 제조업체에 직접 방문했다. 시설은 조그맣고 열악해보였으며 사장님 혼자서 운영하는 곳이었다. 나도 나 혼자서 운영하는 회사이지 않은가. 규모는 조그맣더라도 내 제품을 제대로 만들어주는 곳이라면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협업해나가겠다는 각오였다.

그런데 사장님과 대화해나갈수록 뭔가 잘 맞지 않음을 느꼈다. 그 사장님은 자신이 제조한 제품들을 내가 온라인으로 판매해주길 원했다. 내가 개발한 제품이 아니라 타사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깨끗하게 거절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찌나 한숨만 푹푹 나오던지.

내 새끼같은 내 제품을 생산해줄 제조업체를 찾아 사방팔방 수소문하느라 에너지 소모가 컸다.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어내지 못해서 기운이 쭉 빠졌다. 무기력해졌다. 그냥 다 때려치우고 여행이나 가서 푹 쉬었다가 오고 싶었다.

계획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고, 뭐 하나 제대로 된 성과 하나 없이 1년 8개월 가량 앞만 보고 달렸다. 약간 지친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그냥 ‘에라 모르겠다.’하고 다 놓아버리고 쉬었다.

유튜브, 인스타에 일주일동안 콘텐츠를 업로드하지 않았다. 인스타 팔로워들과의 소통도 거의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더운 여름, 8월 한 달간 무기력한 시간을 보냈다.